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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바람은 세찼고
여전히 바람은 세찼고
  • 이연종기자
  • 승인 2020.02.26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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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종목사
의정부교회협동신문,한결교회

여전히 바람은 세찼고..

 

그 일이 있고 나서였다
바람은 세찼고 빗소리는 정적처럼 들렸다
시간의 소리만 먹먹하게 할 뿐이다

이젠 홀로된 시간을 견뎌야 한다
지나 온 날들을 뒤적이며 내 심상을 어루만진다
잠시의 환영이 아니다
갑자기 불거진 상념의 배설이 아니다
많은 상채기와 가슴 아픔을 끌어안고 그럼에도 그럼에도 끌려가고 끌려 온
운명이 된지는 오래다
넉넉하진 않을 거라 생각했다
바람에 휘둘린 것인지 태생이 원래 그런 것인지 비틀림에도 서있는 가로수들이 새삼 새롭다
인생인가
삶이 두텁다는 말을 간혹 하곤했다
지나 온 길을 추려 정직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바람은 세찼고 빗소리는 정적처럼 들린다
시간의 소리만 먹먹할 뿐이다

고요가 나를 키우는가
바람과 그 빗소리, 침잠된 내면을 세우는가
늘 생각하는 일이지만
내가 찾은 것이 아니다 나를 찾아 온 것이다
내가 견딘 것이 아니다 나를 견딘 것이다
그 고요가 나를 가자고 한다
그 바람과 세월을 따라 가자고 한다
부는대로 그렇게 찾아지는 대로 가자고 한다
여전히 바람은 세찼고 빗소리는 정적처럼 들린다
그리고 시간의 소리만 먹먹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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