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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화 칼럼 "팽당한 정의"
김시화 칼럼 "팽당한 정의"
  • 우인식기자
  • 승인 2021.09.14 2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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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나?-
                                    김시화/하남YMCA이사장/서울외대석좌교수

심한 말일지 모르지만, 윤석열 국민의 힘 경선 후보야말로 할 말도 많은 후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검찰총장 하던 사람이 정치 예선전도 없이 갑자기 대권에 뛰어드는 바람에 이렇고 저렇고 말이 많으니까 본인이 할 말도 많겠지만, 주변의 여러 의문에 대한 대답을 제외하고라도 할 말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후보야말로 현 정치권의 거대 양당 모두로부터 제외당했다면 제외당한 것이고 버림받았다면 버림받았던 인사라는 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윤석열 후보는 박근혜 정부 때 좌천당했다는 이유로 인해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급부상한 인물이다. 물론 국정농단 특검 당시 거기 합류하면서 과거의 억울하다면 억울한 사실들이 본격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려졌지만, 실제 승승장구하면서 검찰총장이라는 나라의 중책을 어깨에 멘 것은 문재인 정부가 걸어준 명예였다. 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장이 되는 동안 그가 받은 조명은 오로지 문재인 정부가 비춰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힘을 실어주던 문재인 정부도 그를 내치기 위해서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힘겨루기를 비롯해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들을 속속 유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조국 전 법무장관을 낙마시키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고,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를 법정에 세워 유죄 판결을 받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뿐만아니라 조국 장관의 뒤를 이은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도 국민들이 모두 알고도 남을 정도의 치열한 세력 다툼을 했으며, 그 덕분에 올라간 지지율을 등에 없고 검찰총장을 사임한 후 곧바로 대선판에 뛰어들었다. 그리고는 급기야는 국민의 힘에 입당해서 국민의 힘이 말하는 경선 버스에 탑승한 것이다. 자신을 승진시키고 중용했던 민주당을 뒤로하고 좌천시켰던 국민의 힘을 택한 것을 보면 차라리 좌천당했을 때가 승진을 해서 검찰총장이 되었을 때보다 더 마음이 편해서인지 아니면 국민의 힘을 택하는 것이 더 승산이 있어 보여서인지는 본인만이 알겠지만, 현실은 그렇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두 거대 정당과의 관계를 보면, 두 조직 모두 그가 합당하지 못한 인물이라는 결론을 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은데 문제는 국민들에게는 그의 지지율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1,2위를 오르내린다는 것이다. 거대 양당 모두에게서 배척당한 경험이 있다면 분명히 무언가 잘못된 사람이라는 개념을 갖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를 지지하는 것이다. 거대 양당으로부터 버림받았던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30% 전후를 오가는 것을 보면 단순히 양당의 지지자들을 제외한 중도파들만의 지지라고 보기에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왜 거대 양당 모두로부터 부적격 판정이라도 받은 것처럼 아픈 경험이 있는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 역시 정치를 하는 사람으로, 솔직히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공연히 머쓱해지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국민들이 현존하는 거대 양당 모두를 미덥지 않게 여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렇기에 거대 양당으로부터 크든, 작던 손사래를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오히려 배신당했거나 옳은 일을 하려다가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바람에, 지지를 보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만일 정말 그렇다면 필자를 비롯한 정치인들은 한번 깊이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이 국민들로 하여금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도록 만들었느냐 하는 것은, 그냥 지지하는가 보다 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민심이 천심이라고 했다. 
정치를 하는 것은 민심을 얻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야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 국민들을 위한 정책을 펼칠 수 있다. 그리고 그 정책은 반드시 절대 사심이 개입되지 않은 국민들 모두를 위한 정책이어야 하는 것은 물론 그 집행 역시 공정해야 한다. 이런 법칙은 아주 외딴 시골의 군의원부터 나라를 대표하고 국민 모두의 종복이 되어야 하는 대통령까지 마찬가지다. 그래야 국민들이 다음번 선거에서 그 사람이 되었든 아니면 그 사람이 속한 정당을 다시 선택해 줄 것이기에, 그 순간 민심이 바로 천심으로 변하는 것이다. 국민들과는 동떨어진 정치를 하다가 선거 때만 되면, 오로지 당선만 되게 해 달라고 자신이 믿는 신에게 아무리 기도를 해도 결국 선택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윤석열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선택이 일시적인 지지 현상이든, 아니면 끝까지 가서 모종의 결과를 내든 간에, 국민 한분 한분은 신을 받들 듯이 존경하고 그분들의 뜻에 맞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뼈저린 교훈을 주는 것 같아 숙연해진다.

김시화/YMCA이사장/서울외대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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