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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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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회협동신문
  • 승인 2019.02.1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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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처럼 한적한 곳에서 주님과의 교제는 필수
오영철, 카일선교사
오영철, 카일선교사

 

서툰 언어 묘한 일체감 처음 예상과 달리 묘한 일체감이 그의 강의와 나눔 가운데 이어지고 우리를 하나되게 한다.

신학교교직원 리트릿에서 미국에서 온 카일(Kyle) 선교사의 인도하는 시간이었다. 그는 하나님의 말씀묵상과 하나님의 음성듣기에 관한 강의를 하였다.

그런데 그의 언어능력과 청중들의 언어상황을 고려하면 이런 강의를 시도하는 것이 무리라고 할 수 있었다.

참석자들은 나를 제외하고는 카렌족 교직원이어서 카렌어가 모국어들이므로 카렌어로 강의를 해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카일선교사는 아직 카렌어를 배우지도 않아 카렌어를 못하고, 태국어도 강의를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강의내용이 전달이 안될 것 같아서 내심 걱정을 하였다. 더군다나 카렌교직원들이 이번에는 다국적이어서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었다.

영국에 난민으로 갔다가 작년에 영국에서 영문학을 졸업하고 온 영어강사, 미얀마 신학교에서 온 교수와 자원봉사자… 이들은 태국어를 전혀 못한다.

강사를 포함한 13명의 교직원 국적이 태국, 미얀마, 영국, 미국 그리고 한국 모두 5개국 국적이다. 다양한 국적이다 보니 언어능력은 매우 다양하였다. 모두가 2개 이상의 언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었다. 주로 카렌어와 태국어이다. 일부는 세 개의 언어를 할 수 있다. 영어, 태국어, 카렌어이다. 학장인 에스더교수와 나는 4개의 언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공통된 언어는 없었다.

카일선교사가 모어인 영어를 사용하면 태국국적 카렌교직원 세 명은은 거의 알아들을 수 없고, 서툰 태국어로 하면 세 명의 제 3국 교직원은 알아들을 수 없다.

게다가 강의 제목이 “하나님과 묵상과 말씀듣기”이니 더욱 언어적 어려움이 예상되었다. 그런데 묘한 연결점들이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고 있었다. 영어와 태국어를 섞어서 사용하고 중간 중간에 통역을 하는데, 언어적 장벽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특히 그룹별 나눔 시간에는 하나님의 말씀에 관한 묵상과 나눔이 매우 실제적으로 나누어지고 있었다.

영어를 사실상 전혀 못하는 한 직원이 이야기가 다가온다. “학창생활로 다시 돌아가서 이렇게 공부하고 싶습니다.” 그는 카일의 강의와 나눔에 완전히 몰입되어 있었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두 가지 중요한 원인이 있었던 것 같다. 첫째는 강사인 카일 선교사의 삶과 영성과 관련되어 있다. 그는 하나님과 동행에 대한 이론적 강의안을 준비하여 나누지 않았다. 그의 가정과 본인이 어떻게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실천하는가를 고백적인 목소리로 나누었다. 그가 어떻게 목회자가 되었고 사역하였는지, 아버지와 남편으로 가정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선교사로 헌신하는 과정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말씀을 통하여 듣고 따르는 것이 가장 우선시되었다고 한다. 사실 그는 강의를 하였다기 보다는 그의 삶과 간증을 한 것이다.

둘째는 동료들에게서 오는 신뢰감이 있었던 것이다. 그는 신학교의 동료들간의 관계에서 가장 신뢰를 받고 있는 교수라고 할 수 있다. 47세의 비교적 늦은 나이에 선교사로 와서 현지인들을 존중하며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감당한다. 그의 부인도 헌신적으로 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자신의 부족함에 대하여 진솔하고 고백한다. 학교의 의사결정과정에서 동료들과 대립한 적도 없다. 그가 이야기하면 동료들이 집중하여 듣고 존중한다. 이런 신뢰가 있었기에 그의 능숙하지 않은 언어에도 그의 의도를 집중하여 이해하려고 한 것이다.

때로 동일한 언어로 설교를 들을 때도 졸릴 때가 있다. 애써 준비한 강의를 건성건성 들을 때도 있다. 커뮤니케이션이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강의와 나눔을 하고 난 뒤 나의 모습을 돌아보며 질문한다. 내가 선교사로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 그리고 선교사로서 가장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선교사로서 기능적인 역할과 책임이 있다.

언어훈련을 통한 준비, 현지교회의 필요에 따른 사역 감당, 맡겨진 강의 준비, 상황파악과 현장이해 등등.. 이것은 물론 선교사로서 살아가고 사역하는데 너무 중요한 것이라 계속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능적인 역할과 책임보다 더 우선권을 두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주님과 동행과 음성듣기 그리고 그 뜻을 따라 사는 것이다. 예수님이 원하는 선교사는 먼저 주님의 음성을 듣고, 주님과 교제하며, 주님과 현지인 앞에 겸손히 서 있는 자세일 것이다. 카일 선교사는 서툰 현지언어 태국어와 모어인 영어로 자신의 삶을 나누었기에 일부 교직원들은그 강의의 단어적 의미로 못 알아 들어도, 더 큰 하나됨과 은혜로 전달되었다. 하나님과 더불어 살아가는 한 삶의 고백이기 때문이다.

성육신 하신 예수님의 이 땅에서 하신 삶을 생각한다. 습관을 따라서 한 행동이 있다.

그것은 한적한 곳에서 아버지 하나님과의 교제이었다. 선교사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습관은 예수님의 바로 그 습관일 것이다. 한적한 곳에서 주님과의 교제이다. 카일 선교사의 나눔은 이 습관이 얼마나 중요함을 다시 보여준다.

글/사진  오영철선교사

태국 치앙마이 거주, 카렌족을 대상으로 교육과 복음을 증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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