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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를 채우다…강원도의 힘!
에너지를 채우다…강원도의 힘!
  • 교회협동신문
  • 승인 2019.02.17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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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 100선’ 따라 떠나는 국내여행] ⑥ 강원권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매년 우리 국민이 꼭 가봐야 할 우수 관광지 100곳을 ‘한국관광 100선’으로 선정·발표한다. ‘2019∼2020 한국관광 100’에는 전주 한옥마을, 경주 불국사 등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관광지 뿐만 아니라 보행명소로 거듭난 서울로 7017, 단양 만천하스카이워크 등도 새롭게 포함됐다. 각각의 매력이 넘치는 ‘2019∼2020 한국관광 100’을 국내여행 마니아들이 1박 2일 혹은 2박 3일 코스로 소개한다. 올해 국내여행은 이를 참고해서 세워보면 어떨까.(편집자 주)

허세가 아니다. 강원도에 서보라. 소진했던 에너지가 빵빵하게 차올라, 다시 일상을 살 힘이 충분해질 테다. 상상해보라. 강원도엔 다 있다. 바닷바람 가득 담긴 커피를 마시고, 하얀 눈밭을 지치도록 거닐고, 맑고 찬 산골짜기의 출렁다리를 아슬아슬하게 건널 수 있는 곳이.

여기에 생선처럼 펄떡이는 항구의 활기나, 마음에 적요를 선물하는 뮤지엄까지 있으니 금상첨화다. 마침 2월은 우리나라 지형구조상 눈까지 강원도에 많이 내릴 때. 눈 내려 산천 환한 날엔 문정희 시인의 시구에서처럼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문정희 시인의 <겨울사랑> 중에서)’ 강원도로 가자. 

높이와 경치에 반하다, 소금산 출렁다리

높고 길다. 심지어 아뜩하다. 다리가 출렁대 아찔하고, 다리 바닥이 아래가 훤히 보이는 격자구조로 돼 있어 더 짜릿하다. 많은 이들이 성큼성큼 내딛지 못하고 한 발 한 발 조심히 디디며 다리를 건너는 이유다.

아니, 때로 누군가는 하늘 중간쯤에서 옴짝달싹 못해 울상이고, 더러 어떤 이는 “사지가 떨려 못가겠다”며 가던 길을 되돌아오기도 한다. 지난해 개장한 소금산 출렁다리 얘기다.

하지만 모두가 이 다리를 무서워하는 것은 아니다. 더러 누군가는 “여긴 바람 씽씽 부는 날에 찾아야 더 즐겁다”며 대담하고 호기롭게 다리를 건넌다, 어깨에 걸린 산자락이며, 까마득한 벼랑 아래를 흐르는 섬강까지 느긋하게 감상하며 말이다. 

소금산 출렁다리는 국내 산악보도교 중 가장 길다. 폭 1.5m의 다리가 200m 저편의 암벽 봉우리까지 연결돼 있다. 지표면에서 공중다리까지의 높이는 100여m. 소금산 정상까지 거리도 800m에 불과하다. 덕분에 스릴은 넘치고 풍광은 뛰어나다. 소금산 암벽을 곡선으로 타고 흐르는 섬강과 겹겹이 이어진 산자락이 백미. 멀리로는 치악산까지 보인다.

안전설비도 문제없다. 지름 40mm 특수도금 케이블이 여덟 겹으로 묶여 양쪽 아래위로 다리를 지탱해, 몸무게 70kg이 넘는 성인 1285명이 동시에 지날 수 있다. 초속 40m의 싹쓸바람에도 끄떡없다는 게 원주시의 설명이다. 그러니 출렁출렁 아찔아찔 적당한 스릴과 아름다운 풍광만 감상하며 건널 일이다.

 

겁 많은 사람은  출렁다리 직전에 있는 전망대를 즐기자. 이곳 역시 격자구조 바닥이지만 흔들리지 않으니 덜 무섭다. 간현유원지 주차장에서 출렁다리까지 거리는 약 1.4km. 이 중 900m 정도는 상가 등이 늘어선 평지이고, 이후 나무계단을 따라 500m 정도를 오르면 출렁다리 입구에 닿는다. 입장료는 3000원. 이중 2000원을 원주사랑 상품권으로 돌려주니 입장료는 1000원에 불과한 셈이다.

자연과 건물에 여백을 두다, 뮤지엄 산

‘공간 자체가 예술이고 휴식이다.’ 많은 이들이 ‘뮤지엄 산’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예술을 담은 뮤지엄이니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이곳이 가진 여백을 한 번이라도 만나본 이라면, 아마도 그 이상의 것을 상상할 것이다. 자연에도 여백이 깃들고, 건물에도 충분한 여백을 두어 어디보다 오래 머물며 쉬기 좋아서다.

건물은 이채롭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2005년부터 8년에 걸쳐 지어 언뜻 봐도 독특하고, 대충 봐도 정성이 느껴진다.

산이 품은 전망과 풍경을 공간 안으로 그대로 끌어왔고 해미석이며 파주석, 귀례석 같은 한국의 돌을 이용해 자연친화적인 느낌을 담뿍 살렸다. 더욱이 건물 주변을 겨울을 제외한 계절 동안 물로 채워 아름다운 산세를 그대로 비추게 만들었다. 그래서 봄에는 건물에 꽃이 피고, 가을엔 단풍이 든다.

본관 내부도 허투로 만들지 않았다. 어둡거나 밝은 모퉁이를 한 번씩 돌 때마다 감탄사가 절로 날 정도다.

공간은 크게 4개로 나뉜다. 웰컴센터와 뮤지엄 본관, 제임스 터렐 상설관, 명상관. 이 4개의 건물이 야외 정원을 따라 한 동선으로 이어진다. 웰컴센터~플라워가든~워터가든~뮤지엄 본관~스톤마운트~제임스 터렐 상설관 순이다. 명상관은 별도 공간에 있다.

이중 뮤지엄 본관에는 한솔종이박물관에서 출발한 페이퍼 갤러리와, 20세기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회화 작품과 종이를 매체로 하는 판화 드로잉 작품을 집중 전시는 청조갤러리가 있다. 다양한 판화 체험을 할 수 있는 판화공방도 있다. 관람로 끝자락에 있는 제임스 터렐 상설관도 놀라운 곳이다. ‘빛과 공간의 예술가’로 불리는 제임스 터렐의 색다른 설치작품들과 마주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며 방문 전 홈페이지(http://www.museumsan.org)에서 입장료며 해설 신청 방법 등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맛집 원주복추어탕(추어탕, 033-762-7989), 미향한정식(뽕잎밥, 033-747-5652) 등
주변관광지 원주강원감영, 박경리문학공원, 법천사지, 용소막성당 등

오래 깊이 묵상하기에 좋은 곳, 오대산

 

겨울 강원도에선 오대산도 유혹적이다. 오대산 자락엔 도반과 함께 기분 좋은 향기를 내뿜는 나무 사이를 천천히 걸을 수 있는 숲길이 있다. 방아다리약수터와 월정사로 드는 숲길이다. 겨울이면 적막이 가득 고여 출렁거리는 이 숲길들의 주인은 검푸른 전나무. 이 숲이 폭설에 퐁당 잠기는 날이면 풍경은 더 깊은 고요에 잠겨 발자국 소리로만 빛난다.

그 푸르거나 하얀 풍경의 정점에 월정사가 있다. 신라시대 고찰인 월정사는 오래 깊이 묵상하기에 좋은 곳이다. 특히 일주문에서 월정사 경내에 이르는 1km가량의 전나무 숲길을 걸어 절에 닿는 시간이 백미. 눈 내린 직후라면 적막이 숲을 가득 채워 스스로의 마음 안에 잠기기 더욱 좋다.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을 지나 절에 닿으면, 세상은 고요 속에서 막 빠져나온 듯 청아한 소리로 환하다. 월정사 경내에 있는 팔각구층석탑이 내는 소리다. 뎅그랑 뎅그랑~, 지붕돌의 추녀 끝마다 풍탁이 달려 있어 은색의 눈바람이 불 때마다 고운 소리가 한 아름씩 쏟아진다.

가만히 서서 듣고 있노라면 속진(俗塵)이 씻기는 듯 마음에 평안이 깃든다. 월정사의 겨울은 눈으로 보건 귀로 듣건 그렇게 찬란하다.

이맘땐 상원사도 놓칠 수 없다. 국내 문수신앙의 중심지인 상원사는 동종과 목조문수동자좌상이 보존된 절이다. 월정사에서 8.1km 가량 이어진 선재길을 따라 상원사까지 걸어 갈 수 있는데, 걷다 보면 마음이 참 가지런해진다. 물론 두 절을 잇는 차도로 상원사를 찾는 것도 괜찮다.

호쾌하거나 어여쁜 눈꽃 여행지, 대관령

평창은 국내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지역 중 한 곳이다. 백두대간에 가로막힌 눈구름이 무시로 큰 눈을 흩뿌려서다. 연평균 적설량도 210cm에 달할 정도로 많은 편. 그만큼 눈 속에 폭 파묻힌 풍경을 만날 일이 잦다. 특히 대관령을 지붕 삼은 횡계(대관령면) 언저리가 ‘설국’으로 이름 높다. 선자령이라는 걸출한 눈꽃 명소와 보드라운 능선의 목장을 두루 끼고 있어서다.

이중 선자령(1157m)은 겨울철 소문난 트레킹 코스다. 경사가 완만해 오르기 수월한데다 정상 일대 풍광이 독특해서다. 상상해 보라. 정상에 서면 시리도록 푸른 동해와 백두대간 능선을 빼곡하게 메운 풍력발전기 수십 기가 보인다.

 

하늘목장과 삼양목장도 발아래서 광활하다. 그 완만하게 구릉진 눈밭을 눈에 담는 일이 사뭇 호쾌하다. 구 영동고속도로 대관령휴게소에서 4시간이면 왕복이 가능한 것도 장점. 하늘목장에서 오르면 편도 40여분 만에 선자령에 닿을 수도 있다.

횡계에서는 대관령 양떼목장도 필수 코스로 들르는 곳이다. 면양 200여 마리를 기르는 양떼목장은 눈 덮인 구릉이 연출하는 풍경이 인상적인 곳이다. 마치 홋카이도 비에이의 설경지대를 보는 듯 풍경이 동화 같다.

산책 포인트는 귀틀집이 자리한 구릉 정상부와 ‘바람의 집’이라 부르는 목장의 정상지대. 구릉에서는 귀틀집 안에 있는 비료포대며 엉덩이썰매로 눈길을 달리는 스릴을 맛볼 수 있고, 목장 정상부에서는 목장을 비롯한 횡계 일대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아이들에겐 축사에 있는 양들에게 건초를 먹이는 일도 특별한 경험이다.

맛집 부일식당(산채정식, 033-335-7232), 납작식당(오삼불고기, 033-335-5477), 황태회관(황태요리, 033-335-5795) 등
주변관광지 진고개, 소금강, 오대암자, 발왕산, 용평스키장, 알펜시아리조트, 안반데기 등   

겨울바다 한가운데로 가는 초대장, 주문진

경포해변에서 주문진해변을 잇는 바닷길은 파도를 완상하기 좋은 곳이다. 순개울, 사근진 같은 이름 예쁜 작은 해변부터 드라마 <도깨비>를 촬영했던 방사제 등이 포도송이처럼 이어진다. 하지만 이 길의 주인공은 뭐니뭐니해도 주문진항과 그보다 더 북쪽에 있는 소돌해변이다.

주문진항은 강릉 최대 규모의 항구다. 낮 풍경도 매력적이지만 이왕이면 새벽녘에 찾을 일. 경매가 시작되는 아침 7~8시면 물빛보다 더 푸른 활기로 항 일대가 떠들썩하다. 대부분 경매는 오전 8시에 시작해 11시쯤 끝나고, 이후 항구는 오전 볕에 조는 듯 한산해진다.

그렇게 항을 돌다 출출해지면, 활어위판장 뒤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위판장 뒤로는 좌판이 늘어선 어시장이 형성돼 있고, 이곳엔 싱싱한 수산물이 가득하다. 즉석에서 떠주는 횟감을 구입하거나 노릇노릇 먹음직스럽게 구운 생선을 반찬 삼아 한 끼 식사를 알차게 해도 좋겠다.

주문진항을 벗어나 조금 더 북진하면 주문진등대를 지나 소돌해변에 닿는다. 유리처럼 맑은 물이 찰랑거리는 얕은 바닷가에 특이한 형상을 한 기암들이 가득한 곳이다. ‘아들바위’라 부르는 기암은 쥐라기시대에서 지상으로 모습을 드러낸 듯 그 모양이 신비로운데, 강릉권에서는 소문난 일출 여행지라 새벽에 찾아볼 만도 하다. 전망대 뒤로 수려하게 펼쳐진 주문진 해변 조망도 선물 같다.

온종일 커피향 너울대는 바다, 강릉 커피거리

강릉에서는 좋은 향이 난다. 짭조름한 바다 향과 싱그러운 솔향도 좋지만 가장 짙은 것이 커피 향이다.  식사 후엔 달큼한 커피 향을 따라 ‘안목 카페거리’로 가는 것이 옳다. 안목은 강릉 커피의 본향이다.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는 스무 곳 남짓의 카페가 강릉항(구 안목항) 북쪽 해안가 500여m 거리에 나란해 카페거리로 불린다.

 

해변 곳곳이 커피 얘기로 들썩이는 건 이 때문이다. 이를 테면 대다수의 대화가 이런 식이다. “강릉까지 왔는데 커피 한 잔 마시고 가야지.” “우리 어느 카페로 갈까?” “그냥 자판기 커피 뽑아 해변으로 나갈까?”

이런 대화는 40여 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무작정 바다를 보러 달려온 청춘들이 해안가 커피 자판기에서 종이컵에 담긴 커피 한 잔을 뽑아들고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던 곳. 그렇게 소문나기 시작해 형성된 자판기 거리가 지금 카페거리의 출발점이 됐다.

시간이 지나며 시나브로 자판기는 줄었고 전망 좋은 카페는 늘었다. 최근에는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위해 연곡해변과 사천진해변으로 길을 잡는 이도 많다. 박이추 커피공장과 보헤미안, 커피브라질 등이 있어 최근 ‘신커피로드’로 주목받는 곳이다. 

맛집 서지초가뜰(못밥, 033-646-4430), 동화가든(짬봉순두부, 033-652-9885), 장안횟집(우럭미역국, 033-644-1136) 등
주변관광지 커피박물관, 테라로사, 경포대, 강문해수욕장, 선교장, 오죽헌 등
   
글·사진/이시목 여행작가  
여행 에세이집인 <내 마음 속 꼭꼭 숨겨둔 여행지>와 가족여행서인 <TV보다 재밌는 1박 2일 가족여행이 떴다> 외에 <소설이 머문 풍경>, <대한민국 걷기 좋은 길 111> 등 20여 권의 공저를 냈다. 현재 각종 인쇄매체에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곳에서 발견한 풍경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다양한 방송매체를 통해서도 길 위의 풍경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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