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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가 축복이 아니라 재앙으로 변한 이유
장수가 축복이 아니라 재앙으로 변한 이유
  • 교회협동신문
  • 승인 2019.12.0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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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수 목사
(전)온누리수련원장
이인수목사
이인수목사

장수가 개인에겐 미래의 불안과

사회적으로는 재앙으로까지 묘사돼

  금년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을 보면서 세월이 참으로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누군가가 세월은 나이에 비해 빨리 간다고 했다. 50세 때에는 50km로 가고 70대에는 70km로 달려가고 80세 때에는 80km로 달린다고 한 말이 90세 나이를 바라보는 필자 역시도 실감이 난다.

그러니까 실제로는 아이들의 시간이나 중년, 노년의 시간이나 다 일정하게 같은 것이지만 사람의 마음이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이 느껴진다는 말이다.

  성경에 우리의 년수가 70이요, 강건하면 80이라도 그 년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시90:10)라 했다.

언젠가 어느 권위 있는 의학계에서 사람의 육체를 해부, 분석하여 본 결과를 발표한 내용에 의하면 우리 인체 내에는 1.수분의 함유량이-약 두말 닷되 정도이고 2.지방질이–세숫비누 7장 만들 정도 3.탄소화물이-연필속대 7천개 만들 정도 4.인의 함유량이- 성냥개비 약 2천 2백 본 만들 정도 5.마그네슘-한 숟갈 정도 6.철분-대못 한개 만들 정도 7.기타 석회분-약간 정도 등이라 했다.

이것을 종합하여 현 경제적 가치성으로 계산해본다면 약 7천원 정도의 가치에 불과한 것이라 했다. 그러나 만약에 이를 과학자들이 인공적으로 사람을 만든다고 한다면 아마 적어도 지금 돈 약 2억 이상은 들여야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도 어디까지나  그 육체의 모양에 불과할 뿐 육체 내의 생명만은 넣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뇌세포의 수요는 약 150억이라고 하니 그야말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의 육체가 이처럼 신비스럽게 구성되어 있지만 여기에 비해 인생의 수명이란 겨우 70-80세 정도밖에 살 수 없으니 그 얼마나 허무한 삶이라 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예수님께서는 한사람의 생명은 천하를 다 준다하여도 바꿀 수 없을 만치 귀한 것이라고 하셨던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고령화와 저출산 현상이 극대화됨에 따라 근래에 와서 결혼식이나 돌잔치 초대 받기보다는 입원 환자 찾아가 병문안하거나 초상집 가는 날이 훨씬 더 많아졌다고들 말하기도 한다. 인간 수명이 얼마나 되는가하는 논의는 예로부터 있어왔으나 성경에는 인간의 수명이 120세로 나온다(창6:33). 현대 의학자들도 그와 비슷하게 보고 있다는 것 같다. 통계청에서도 현재 65세가 넘는 사람의 평균 수명이 91세라고 발표한 것을 보면 이제 인생70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란 옛말이 되고 인생 100세의 시대가 온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성경에 그 년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라 했으니 그가 아무리 장수하고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았다한들 결국엔 그의 삶에 수고와 슬픔만이 따른다고 했다. 이처럼 축복으로 여겨야 할 장수가 개인에게는 미래의 불안과 사회적으로는 재앙으로까지 묘사되고 있다.

동물 세계에서 늙은 수컷은 비장하거나 아니면 비참하게 된다. 평생 무리를 통솔하던 숫사자는 사냥할 힘을 잃으면 젊은 숫사자에게 자리를 내주고는 쫓겨나 마지막 여행길에서 혼자서 죽는다고 한다. 늙은 고양이도 죽을 때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혼자서 죽는다. 침팬지에게 늘 먹이를 주던 방식에서 조금만 방식을 바꾸면 늙은 수컷만이 새로운 방식을 못 따라하고 젊은 수컷과 암컷들에게 애물단지가 되어 따돌림을 받는다는 것이다.

우리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어느 나라에서든 늙은 남편을 조롱하는 농담이 있다한다. 일본에서는 늙은 남편을 비오는 가을날 구두 밑에 붙은 젖은 낙엽으로 비유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부인에게 딱 들어붙어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는 말이다. 몇 년 전 일본에서 3,100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여성은 혼자 사는 것보다 남편과 함께 사는 이가 사망 위험이 2배로 높았고 남편은 그와 반대로 부인과 함께 사는 이가 더 오래 산다고 한다. 늙은 남편은 아내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12년 한국보건사회 연구원은 여성 71.8%가 늙은 남편을 부담스러워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질수록 늙은 남편을 돌봐야 할 시간이 길어지는 게 불편한 것이다.  그런 중에 이런 일도 있다. 납북된 남편을 36년간 기다려 온 어느 할머니가 있는데 얼마 전에야 남편 소식을 듣고 “결혼했답디까?”“예.”“그럼 됐습니다. 남자는 여자가 있어야 살지”라고 했다고 한다. 늙은 뒤에도 남자를 돌봐야 하는 어느 할머니가 동창회 모임에 갔다 와 투정을 부려서 이유를 들어보니 다들 싱글인데 나만 싱글이 아니어서 싱글이 부러워 그런다고 했다 한다. 남편은 적절한 때에 일찍 죽는 것이 부인의 노인 복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아닌가 해서 씁쓸하기만 하다. 다른 여자들은 혼자라 제때에 밥걱정도 안하고 자유롭게 여행도 가고 편하게 사는데 이런 소리를 듣는 남편들은 어떤 기분일까?

장수가 저주되는 것도 견디기 어려운 일이다. 일생동안 가족 부양하고 자식을 먹이고 가르치고 결혼시켜 분가시키느라 한 평생 수고했고 이제 좀 업무로부터 자유롭게 지낼 만하니까 이제 사는 게 곧 부담으로 여겨지니 어찌 한탄스럽지 않겠는가? 인간사 일장춘몽(人間事一章春夢)이요, 만사가 허망하다고 할 수 밖에.

성경에. 나를 늙을 때 버리지 마시며 쇠약할 때에 떠나지 마소서(시91:9)라 했다.

  장수가 축복이 아니라 재앙으로 변한 이유란 고령화로 인해 보편적 복지가 지속 가능할지, 한 나라의 경제가 지탱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2050년에 가서는 우리나라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38.2%를 차지할 것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지금은 10명 중 1명이 노인이지만 2050년에 가서는 10명 중 4명이 노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장,청년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하는 세상이 된다. 고령화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을 가리키는 지표다. 즉, 나이가 기준이다. 그런데 우리가 정작 주목해야 할 주제는 나이가 아니라 은퇴다.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나이가 돼서 생업에서 밀려나는 은퇴 리스크가 문제의 핵심이다. 장수는 생물학적으로 정의되지만 은퇴는 대체로 사람들이 만들어 낸 사회 구조에 의해 시행된다. 65세 이전에 사오정(45세 정년)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신체가 허락할 때까지 자신의 경험을 살려 오래 일할 수도 있다. 왜 노인은 일자리 없이 20-30년의 여생을 살아야 하는가? 이들의 대부분은 일할 능력을 가지고 있고 일하고 싶어 한다. 신은 65세가 넘어도 건강한 신체를 허락했지만 사회가 이들을 노동시장 밖으로 쫓아내고 있다.

  끝으로, 장수시대 RISK(위험)로 꼽히는 것은 첫째로 돈 없이 천덕꾸러기로 오래 살 때 즉, 무전장수다. 둘째로, 장시간 병석에 누워 오래 살 때 즉, 유병장수다. 셋째로 힘 없고 할 일 없이 오래 살 때 즉, 무업장수다. 넷째로 혼자되어 고독하게 오래 살 때 즉, 독거장수다. 그러고 보면 이처럼 100세를 넘기며 산다는 것이 무조건 환호할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몸은 마음의 언어라고 한다. 마음이 기쁘면 몸도 함께 즐겁고 기쁘다. 세월이 흐르고 해가 바뀔 때마다 나이야 먹지만 혼자를 즐길 줄 아는 노년은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 누구나 언젠가는 혼자가 되는 게 인생이다. 앞서 말한 4가지 중 리스크를 잘 대응하면 120세를 장수해도 삶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도 있는 것이다.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다(잠16:31). 흰 머리 앞에선 일어서라(레19:32). 나이 드심은 근사한 일이다. 추하지않고 의연하고 건강하게 보내길 바란다.

  앙드레지드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웰에이징(well-aging) 즉, 아름답고 행복하게 늙는 것이라 했다. 이젠 노인이 급격히 늘어나는 고령화시대에 노인이 노인답게 비록 아름답진 못할지라도 추하게만은 늙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면서 노년 평생 자기 생활을 자기 스스로가 알아서 지혜롭게 살아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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