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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산림의 신령스러움과 역사를 간직한 슾
제주 산림의 신령스러움과 역사를 간직한 슾
  • 교회협동신문
  • 승인 2019.11.19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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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사려니숲

최근 산림청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숲을 자주 찾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굳이 이러한 조사 결과가 아니더라도 숲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과 만족감은 찾는 이들의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되곤 한다. 적당히 서늘한 바람, 오색창연한 빛깔의 나무, 향긋한 흙내음까지. 작지만 확실한 나만의 행복을 찾아 숲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편집자 주) 

전범권 국립산림과학원장<br>
전범권 국립산림과학원장

제주는 오름, 올레길, 해안절경 등 이색적인 풍경과 보고 즐길 거리가 풍부하여 여행지로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그 가운데 최근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 곶자왈과 사려니 숲길이다.
사려니 숲길은 연간 방문객 1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제주의 대표 산림자원으로서 기능과 가치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2002년에는 유네스코가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하여 제주의 신비를 잘 느낄 수 있는 사려니숲을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하였다. 

사려니숲은 제주 내에서도 독특한 산림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어 산림청이 선정한 보전·연구형 명품숲 10개소에도 포함되었다.


이름처럼 신비한 숲, 사려니가 전하는 소리

‘사려니’라는 이름은 한남시험림 내에 있는 ‘사려니 오름’에서 따온 말인데, 제주어로 신성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사려니 숲길은 제주시 봉개동 절물 오름의 남쪽 비자림로에서 물찻오름을 지나 서귀포시 남원읍 사려니 오름까지 약 15km의 숲길이다.

백록담에서 바라본 사려니숲

가을 풍경.
사려니 숲길은 과거 주민들이 이용하던 산길을 2009년 5월 제주의 특별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힐링 공간으로 재탄생 시킨 숲길이다. 비자림로에서 붉은오름 구간은 연중 일반인에게 개방되지만, 한남시험림 구간은 사전예약제로 운영되고 사려니 숲길 에코힐링체험 행사 때 임시 개방하고 있다. 
 
사려니숲은 아무 말 없이 끊임없이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있다. 내 몸과 정신이 치유되는 사려니숲에서는 나무가 주치의이고 숲이 내뿜는 향기가 보약이다. 이러한 산림욕은 숲 치유 요법의 일종으로 숲이 가지고 있는 경관, 소리, 향기, 음이온, 온·습도, 햇빛 등이 인체와 물리, 화학적 작용으로 면역력을 향상시키고 건강을 증진시킨다. 

또한 사려니 숲길에서는 팔색조, 휘파람새의 노래를 들을 수 있으며 ‘참꽃나무숲’, ‘치유와 명상의 숲-월드’는 물론 한남시험림 내 삼나무 숲, 사려니 오름을 벗 삼아 걷는 즐거움과 함께 산림욕을 통한 심신의 쾌적함을 얻어갈 수 있다.

사려니숲의 삼나무 전시림.

40리 숲길을 걸어 몸은 지쳤으나 오히려 맑아지는 정신으로 사려니오름에 우뚝 서면 눈앞의 서귀포시, 남원읍, 칠십리 해안, 섶섬, 지귀도 등 탁트인 경관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는 듯하다. 서어나무, 참꽃나무, 붉가시나무, 동백나무, 황칠나무, 구실잣밤나무 등의 이름 유래를 들으면서 생태탐방로를 따라 가다보면 구상나무 보존원과 국가 산림문화자산인 웅장한 삼나무 전시림도 만날 수 있다.

사려니숲의 억새.

사려니숲의 동반자 한남시험림


오늘날의 사려니숲은 오랜 기간 지역민들과 함께 난·아열대 산림과학기술 개발의 보급에 힘써온 한남시험림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지금도 사려니숲 내에서는 가축 방목, 표고 재배, 숯 가마터, 어선 제작 등을 제작했던 흔적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한남시험림은 남동사면 해발 300∼750m에 위치하고 있으며, 온대와 난·아열대의 기후 특성을 지니고 있다. 한남시험림의 식물상은 총 337가지의 분류군이 관찰되는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자연생태계의 보고이다. 

이곳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원시상태의 난대 상록활엽수를 볼 수 있는 산림이며, 청정지역의 지표종인 ‘운문산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사려니숲의 한남시험림은 국제산림인증을 받은 FSC인증림(Forest Stewardship Council-Certified Forests)으로서 지역 사회의 삶과 문화가 연계되는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운문산 반딧불

사려니 숲길에 들어서 걷다 보면 숲에서 전해지는 상쾌함과 싱그러운 숲 향기에 자연스레 겸손과 배려의 마음이 움트고 나와 자연이 하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려니 숲에서는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말이 떠오른다.
내가 숲을 보는 것이 아니라 숲이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오면 숲과 사람은 둘이 아니라 하나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더 늦기 전에 바라보기만 하면 숲이지만 걸어가면 추억이 되는 사려니숲을 직접 만나러 가보기를 추천한다.

서어나무 터널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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