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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 시
이진숙 - 시
  • 교회협동신문
  • 승인 2019.10.30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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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집사
이진숙 시인
이진숙 시인

 

가 을

잎만 무성하다가
어느새 초록색 열매가
봉숭아빛으로 익어갈 무렵
가을은 이미 와 있다
짙은 햇살에 영글어가는
부드러운 단 맛이
입안 가득 녹아들 때
가을도 깊어간다
붉게 타오르는 노을이
산마다 번지고
땅을 덮는 낙엽들이
서로 부딪으며 내는
발자국 소리 쓸쓸해지면
가을은 떠나려 한다
그래도 그 가을 속에
10월의 어느 멋진 날이
한 컷의 추억을 남기고
슬픈 이별조차 아름다운
이 가을에
또 다른 사랑
향기나는 기도로
두 손을 모으며
하늘을 지그시 바라본다

 

 

고난이 배움이다

입으로 외우고
머리로만 알고 있던
말씀의 씨앗들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불행과 난관 앞에서
다 지워져 버린다
남들보다 더 열심을 내고
율법을 지키려고 애쓰며
고군분투하는 삶을 살았건만
번개 한 번 치고 나니
그대로 박살이 난다
그제서야 내 안에서 들리는
정직한 목소리를 듣고
적나라한 나를 보고
나를 검증하는 시간을 갖는다
말씀과 엇박자로 살고 있는
화려한 몸치장을 벗고
있는 모습 그대로
무릎을 꿇는다
한 구절 한 구절
주사바늘처럼 찔러대는
말씀을 묵상하면서
저항하며 대드는
나와 싸우며 통회하며
지난 날의 나와 결별을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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