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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조심
황소조심
  • 강영철
  • 승인 2019.03.26 2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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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목사
경남 거창군 위천면 위천교회담임하는 시골목사
황소조심
황소조심

 

서울에 갈 일이 있어 새벽에 길을 나섰습니다.  차 앞 유리에 성에가 가득합니다. 뜨거운 물을 부어 제거했습니다.
골목을 벗어나 동네 길로 나가는데 안개가 가득합니다. 따듯한 봄 공기가 차가운 땅 위에 이불처럼 덮였습니다.
차선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합니다. 구름 위를 달리는 기분입니다.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저승 가는 길처럼 몽롱합니다. 
잠도 아직 덜 깨어 꿈인가 생신가 합니다.
전조등, 안개등, 차량의 등을 다 켜고 속도를 줄였습니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으니 속도가 절로 줄었습니다. 옆 동네로 이어지는 도로는 급커브에다 급경사입니다. 평소에도 속도를 줄여야 하는 곳입니다.
저 멀리 차량 불빛이 보입니다.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는 은하철도 999의 불빛 같기도 하고  안개 자욱한 바다를 비추는 등대 불빛 같기도 합니다.
긴장하며 운전하는데 갑자기 정면에 검은 물체가 보입니다. 안개 속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이 새벽에 누가 차도로 걸어오지? 사람이 아닌가?’ 정면에 나타난 것은 황소였습니다. 황소가 정면으로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뉘 집 소인지 안개 낀 새벽을 틈타 외양간을 탈출한 것입니다. 안개 속에서 갑자기 만나니 거리가 너무 가까웠습니다. “으악!” 소리를 지르며 중앙선을 넘어 피했습니다. 앞차 불빛이 가까이 옵니다. 다시 “으악!” 소리를 지르며 급히 내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맞은편 차가 옆으로 지납니다. 석제단지로 집채만 한 돌을 한가득 싣고 가는 덤프트럭입니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급커브 표지판, 낙석도로 표지판 옆에 황소조심 표지판도 세워야 할 듯합니다
안현목사 경남 거창군 위천면 위천교회담임하는 시골목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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